본문 바로가기
이슈 : Issue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명한 댓글 네티즌 시인들

by 미닝. 2016. 5. 12.
반응형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명한 댓글 네티즌 시인들



 갑자기 생각나서 씀. 옛날에 굉장히 슬픈 내용의 뉴스기사를 보는데, 아래 댓글들은 대부분 안타까운 내용이었어. 그 중에 기사의 슬픈 사연을 위로하는 시를 쓴 댓글을 본 기억이 나. 그냥 댓글보다는 시를 쓴 것이 더 감정 전달이 강렬하고 추천도 엄청 많이 박혀있었음. 잠깐 본 건데 되게 감명 깊었던 것 같아.

 

 





 

 이건 차쿤이랑 에네스라는 가수가 만든 추모곡이야. 고교생 커플이 철없이 임신을 하게 되서 결국 아파트에서 투신한 사연을 가지고 만든 노래임. 그 뉴스 댓글에 달린 시를 보고 이 노래가 그냥 생각났음. 하여튼 그 뉴스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고 인상이 깊어서 인터넷에 떠도는 네티즌들이 지은 시들을 모아봤어.

 

 

 

 

 

1. 90대 할머니, 키스 왜 안해줘 '총기난사'

 

 

노년을 아프게 하는 것은

새벽 뜬 눈으로 지새우게 하는

관절염이 아니라

어쩌면,

미처 늙지 못한 마음이리라

 

 

 이 시는 약간 웃픈(?) 내용을 토대로 쓴 시임. 90대 할머니가 키스 안 해줘서 총기 난사 했다는 내용에 달린 댓글임. 할머니 성질머리 보소. 하여튼 어떻게 보면 이 기사를 보고 늙어서 추태 부린다고 비웃어 넘길 수 있는 내용이지만 그걸 '미처 늙지 못한 마음'이라고 표현한게 참..

 

 

 

 

 

 

 

2. '자식에게 먹이고 싶어' 체리 훔친 엄마 입건

 

 

아버지 때처럼

오늘도 더웠습니다

물려주신 가난은 넉넉했고요

 

체리를 훔쳤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을 읍소해 보고도 싶지만

나라님은 알 바 아닐 테고

가난에 관해서는 얘기 끝났다 하실 테죠

 

나라를 훔친 분들이

압수수색과 상관없이

비밀창고에서 예술을 논하는 동안에도

그깟 작은 열매 따위나 탐한 자신이

문득 부끄러워졌습니다

 

돌아가 아이들에게

벼슬 같은 가난을

세습해주어야겠습니다

 

 

 

 이건 굉장히 안타까운 기사에 달린 댓글이야. 우리 사회에 체리 살 돈도 없어서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있다니 안타까워. 부모는 자기 자신이 굶어 죽는 것보다 자식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에 피눈물 흘린다는데, 이 엄마도 같은 심정이었겠지? 물론 그렇다고 봐줄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

 

난 이 시가 엄마의 심정을 담담하게 표현한 것이 참 인상깊어. 엄마의 심정은 굉장히 한스럽고 절망스러울 텐데 말이야. "아버지 때처럼 오늘도 더웠습니다 물려주신 가난은 넉넉했고요" 캬.. 탄성이 절로 나오는 도입부야. 하기사 부모의 심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가난의 한을 글로 담아내기에는 부족하지 않을까? "돌아가 아이들에게 벼슬 같은 가난을 세습해주어야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차마 표현하기 힘든 심정을 글로 다듬어 낼 수 있을까?

 

 

 

 

 

 

3. "십일조는 인류최초의 사회복지세금"

 

<목짜에게>

 

할머니 쌈짓돈 훔치지 말라

계약직 막내딸 밤새 일해 번 돈

기름 좀 넣으셔

뭐라도 사드셔

조끼 주머니에 찔러 넣은

죄송한 푼돈

피다

 

충분히 누리게 하라

살았을적 야매라도 틀니

맛난 떡

말랑한 곳

따끈한 아랫목

 

그리하여 천국 가는 날

들은대로

읽은대로

배운대로

당신 설교 그대로

과연 그렇게 좋은 곳이었는지

낱낱이 비교 할 수 있도록

 

아멘 먹어라

 

 

 이 시는 비판적인 논조를 띠고 있는 시임. 최근에 사회적으로도 '종교세' 부과한다 만다 참 시끄러웠지? 특히 모든 곳이 그런건 아니지만, 교회는 헌금을 많이 뜯어내기로 유명하지. 그리고 그 헌금 내는 사람들 중에서는 뭐 돈 많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사회의 낮은 곳에 있는, 종교에 의지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문제야.

 

보통 사람들 같으면 그냥 거친 말로 욕했을 텐데, "할머니 쌈짓돈 훔치지 말라"로 시작하면서 오히려 비판적인 논조 전달이 더욱 극대화 되는 것 같아. 머릿속에 막내딸이 어머니에게 돈을 쥐어주는 광경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아. "아멘 먹어라"는 결말은 이 시의 정점을 찍는 동시에 깔끔한 방점을 찍는 것 같아.

 

 

 

 

 

 

4. "명절이 지나고 다니는 학원 수가 더 늘었어요"

 

 

우리 반 십육 번

박정호가 죽었네

영어학원 건너가려다

뺑소니를 당했네

 

레커차 달려오고

경찰차 달려오고

사이렌 시끄러워도

그 아이 텅 빈 눈은

먼 하늘만 보았네

 

박정호가 죽었어요

훌쩍내는 전화에

울 엄마는 그 아이

몇 등이냐 물었네

 

 

 요즘 초등학생들도 하루에 학원 대여섯개씩 다닌다는 뉴스가 과거나 지금이나 한창 많이 뜨지.

이 시는 부모들의 그런 왜곡된 교육열을 비판하는 시임. 화자를 어린아이로 설정해서 더욱 효과적으로 비판적인 논조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아. "우리 반 십육 번"이라는 대목이 특히 구체적이면서 사실감을 불어넣는 대목인 것 같아.

 

 "그 아이 텅 빈 눈은 먼 하늘만 보았네", "울 엄마는 그 아이 몇 등이냐 물었네" 캬..

 

 

 

 

 

 

5. 하청업체 직원, 용광로에 추락사

 

 

그 쇳물 쓰지 마라.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것이며

못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냐?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적 얼굴을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참.. 보도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한 사건이야. 하청업체 직원으로 일하던 20대 청년이 발을 헛디뎌 용광로에 빠져 죽은 사건이지. 뉴스를 전해들은 일반인들도 가슴이 메어졌는데, 이 소식을 들은 부모 마음은 어땠을까? 그런 일을 겪은 부모에게 차마 우리가 건낼 수 있는 위로의 말은 무엇일까?

 

이 시는 개인적으로 뽑은 역대급 네티즌 시 같아. 이 시보다 더 부모의 마음을 잘 다독일 수 있는 문장이 있을까?

 

 

 

 

 

 

6. 그 외 시들

 

 아래는 내가 돌아다니면서 찾은 시들이야. 딱히 나머지 시가 위에 언급한 것들에 비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좋은 시지만 일일히 언급하며 느낀점 쓰기엔 시간이 많이 걸려서;; 한 번씩 읽어봐 참 하나 같이 우리 마음을 녹이는 시들이야.

 

 

 

 

 

 

 

 

 

 

 

 

 

 

 

 

 

 

 

내가 준비한 시는 여기까지야.

 

 

 

[즐겁게 봤다면 추천과 댓글 부탁]

 

 

 

반응형

댓글